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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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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아내를 때리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에게 칼을 휘두른 혐의(상해ㆍ특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법정에서 “아내가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불만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추석 때 친가에 갔다가 지갑을 잃어버렸고, 이를 아내가 찾아주면서 비꼬는 듯한 말을 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둘렀다. 어머니와 남동생이 자신을 나무라자 부엌칼을 휘두르며 “다 죽여버리겠다”고 하기도 했다. 그해 12월 법원은 그에게 1년 6월형을 선고했다.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해 9월, 추석 명절 때였다.동행복권파워볼

# 지난해 추석 명절에는 아버지가 아들을 때려 법정에 섰다. 11살 아들이 추석 용돈으로 받은 10만원을 어디에 썼는지 말을 안 하다가, 계속 추궁하자 ‘아는 형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고 둘러댔다는 이유였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했다며 아들의 얼굴과 복부, 종아리를 수차례 때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법정에서 아들은 “아버지를 사랑한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훈육을 넘어선 폭력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아버지가 그 전에도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 추석에 이웃끼리 시비가 붙어 법정까지 가게 된 일도 있었다. 지난해 추석, 집주인 댁 딸을 보고 세입자가 ”어른을 보면 인사 좀 하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딸을 위협하는 것으로 보고 죽도를 가져와서 몸싸움을 벌였는데 이로 인해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까지 가게 됐다. 법정에서 딸은 세입자가 자신에게 욕설을 하며 위협해 아버지에게 급히 도움을 청했다고 주장한 반면, 세입자 측은 경고만 줬을 뿐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집주인과 딸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점 등을 고려해 집주인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다고 봤다.

명절 연휴에 오히려 가정폭력이나 이웃 간 다툼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쌓여온 가족이나 이웃 간 갈등이 명절을 계기로 한꺼번에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설 연휴 기간 ‘112 신고’로 접수된 가정폭력은 하루 평균 954건으로, 평소(660건) 대비 4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일평균 1019건으로 평소보다 54.4%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온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에는 의견이 충돌하면서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가족끼리 술을 마시다 보면 평소에는 참고 넘어갈 문제도 민감하게 반응하다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지난 21일부터 내달 4일까지 2주간을 ‘추석 명절 종합 치안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단계별로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집중되는 가정폭력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을 전수 모니터링하고, 위험성 조사표를 활용해 긴급 임시 조치 등을 적극 진행한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뇌 먹는 아메바'라고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CDC]
‘뇌 먹는 아메바’라고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 [CDC]

미국에서 일명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Naegleria Fowleri)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호수와 강이 아닌 상수도에서 발견되며 급기야 텍사스주(州) 레이크잭슨시에서 수돗물 사용 금지령이 내려지면서다.파워볼

미국에서 ‘뇌 먹는 아메바’ 감염된 사람은 1962년이래 145명이다. 흔치는 않지만 문제는 97%에 달하는 치사율이다. 감염이 확인된 사람 중 생존자가 4명뿐이라는 얘기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통해 이 낯선 질병의 특징을 살펴봤다.


여름철 남부 호수·강에서 주로 발견
CDC에 따르면 단세포 네글레리아는 따뜻한 담수에 주로 서식한다. 사람에게 감염되는 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라는 한 종이다. 이 단세포가 제일 좋아하는 온도는 46° C다. 온도가 낮은 물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적다. 미국에서도 남부지역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인체에 치명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입이 아닌 코를 통해 체내에 들어갈 때다. 대부분은 강 호수 등에서 수영이나 다이빙을 하다 감염됐다. 수영장이나 수돗물을 통해 감염되는 일은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고 CDC는 설명했다. 염소 처리가 불충분하게 된 경우다.

2013년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서 12세 소녀 칼리 하딕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모습. [윌로우 스프링 워터 파크 페이스북]
2013년 미국 남부 아칸소주에서 12세 소녀 칼리 하딕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윌로우 스프링 워터파크 모습. [윌로우 스프링 워터 파크 페이스북]


초기엔 감기 증상과 유사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일으키는 증상은 ‘원발성 아메바 수막뇌염'(PAM)으로 분류된다. 흡입 후 1~9일 사이에 나타나는 초기 단계에서는 ‘세균성 수막염’과 증상이 유사하다. 두통, 발열,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에 감기와 헷갈리기도 한다.파워볼

문제는 초기증상이 지난 뒤다. 이 단세포 생물이 뇌에 침투해 세포를 파먹고 뇌를 붓게 할 즈음엔 증상이 심각해진다. 환각, 균형감각 상실, 인지 능력 저하, 발작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후기 증상이 나타날 때는 질병 진행 속도가 빨라져 감염자는 5일 이내에 사망한다.


치료법 없지만 생존자도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생존자 칼리 하딕. [CNN 캡처]
‘뇌 먹는 아메바’ 감염 생존자 칼리 하딕. [CNN 캡처]

현재까지 표준화된 신속한 검사법이나 치료법은 없다. 이 생물을 죽이는 약물은 만들어졌지만, 소수의 환자에게만 효과적이었다.

2013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됐다가 살아남은 소녀 칼리 하딕이 그런 경우였다. ABC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당시 12세였던 소녀 하딕은 미국 남부 아칸소주의 한 호수에서 수영을 한 직후 두통을 느꼈다. 진단이 나오자 의료진은 CDC에 연락해 독일 신약 밀테포신을 구해 하딕에게 투약했다. 다행히 뇌부종을 잡았다. 비록 뇌 손상은 입었지만 하딕은 살아남았다.

CDC에 따르면 생존자 4명 중 2명은 밀테포신과 다른 약물을 조합해 효과를 봤다.


“입으론 감염 안 돼”
CDC는 따뜻한 날씨에 민물에서 수영을 한 뒤 발열, 구토 등 세균성 수막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받으라고 권고한다. 염소 처리가 잘 된 수영장이라면 안심해도 된다.

이 아메바가 포함된 물을 입으로 마시는 경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수증기나 에어로졸을 통해 감염되거나 사람을 통해 확산하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DC는 지나친 공포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 건수는 34건에 불과했지만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익사 사건은 3만4000건으로 훨씬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군사대치 속 ‘일촉즉발’ 상황 빈발..”1996년 미사일 위기 이후 최악”
보안법 앞세워 홍콩 ‘평정’한 중국, 다음엔 대만 겨냥하나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대만 주변의 하늘과 바다에서 중국과 대만·미국의 군용기와 군함의 활동이 매우 잦아지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신냉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이 심각해진 가운데 대만 해협에서 미중 양국 간 군사적 충돌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국지적·우발적 충돌 수준을 넘어 중국군이 기습적으로 대만을 전면 무력 침공하는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마저 불거지고 있다.

◇ 전례 없는 중국의 대만 압박에 미국 ‘용감한 방패’로 경고

키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차관이 대만을 방문한 지난 17일, 대만 공군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H-6, J-16 등 중국군 전투기와 폭격기 18대가 대거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하고 나서 곧장 대만섬 방향으로 돌진하는 항적이 방공 레이더에 포착된 것이다.

중국군 H-6 폭격기 [대만 국방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군 H-6 폭격기 [대만 국방부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만 전투기들이 긴급히 접근해 무전으로 퇴거를 요구했지만 중국 군용기들은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간주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한참 넘고 나서야 기수를 중국 본토 방향으로 틀어 돌아갔다.

다음 날에도 19대의 중국 군용기가 전날과 마찬가지로 대만을 향해 돌진하다가 돌아갔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 국무부의 최고위급 관리가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에 반발해 중국이 대규모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중국군의 이런 도발적 행동은 최근 급속히 고조된 ‘대만 위기’의 일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은 수시로 군함과 군용기를 대만 인근에 보내 노골적인 힘의 대결을 벌이는 모습이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은 특히 크라크 차관의 대만 방문 이후 부쩍 고조됐다.

중국 동부전구 소속 로켓군이 유사시 대만 공격에 쓰일 수 있는 둥펑(東風·DF)-11A 미사일 10발을 일제히 발사하는 드문 훈련을 벌였고, 중국 인근 여러 해역에서 동시다발로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는 등 최근 중국군은 거의 연일 육·해·공군 전력을 동원해 대만을 겨냥한 실전적 훈련을 진행 중이다.

미국도 토마호크와 하푼 미사일을 실사격하는 등 지난 25일까지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에서 ‘용감한 방패'(Valiant Shield 2020)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하며 중국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필리핀해에서 '용감한 방패' 작전 벌이는 미군 함정과 B-1B 등 군용기들 [미 태평양함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필리핀해에서 ‘용감한 방패’ 작전 벌이는 미군 함정과 B-1B 등 군용기들 [미 태평양함대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 금지]

미 태평양함대는 인터넷에 로널드 레이건함이 이끄는 항모전단과 B-1B 랜서 폭격기 등이 하늘과 바다에서 대규모 진형을 짠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미국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정례적으로 해군 군함을 중국이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펴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또 EP-3E, E-8C 등 미국 정찰기들도 대만 주변 공역에 수시로 나타나 중국군의 활동을 면밀히 주시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의 군사 압박에 맞선 대만군 전투기 초계 활동과 방공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대응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대만 인근에서는 중국군과 미군, 대만군이 뒤섞인 ‘난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 “미국 대선일, 차기 대통령 취임식 날 중국 침공 위험”

대만해협의 파고가 높아지면서 일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머지않은 미래에 기습적으로 대만을 전면 침공해 ‘통일 위업’을 달성하려 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 해군차관을 지낸 세스 크롭시 허드슨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지난 17일 의회 전문지 더힐에 ‘미국 선거일이 대만에는 위기가, 중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크롭시 연구원은 “미국의 당파적 적개심이 너무나 격렬해진 상태여서 11월 (미국 대선에서) 나오는 어떤 결과도 이의 제기를 받게 될 것”이라며 “권력 이양 위기에 휩싸인 국가는 큰 힘의 갈등에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에는 11월 3일보다 더 좋은 (대만) 공격 순간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지적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편 투표 조작 가능성을 주장하면서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해 미국에서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마이클 모렐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과 퇴역 제독인 제임스 윈펠드은 지난 8월 해군대학 저널에 실은 글에서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1월 20일을 전후해 중국이 대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새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미국 내 정치 환경이 복잡해질 것이고, 만일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새 대통령과 참모들의 의사 결정 능력 체계가 아직 완비되지 않아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강행 이후 뜨뜻미지근한 서방의 ‘징벌’이 중국의 대만 무력 사용 충동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주의 연구 권위자인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후버연구소의 팟캐스트와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대만에 무력을 사용해도 징벌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고 여긴다”며 “그들이 홍콩을 정복하고 나서 서방은 무능하게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허풍을 떤다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날로 강도가 높아지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 대만에서도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대만의 안보 전문가인 린위팡(林郁方)은 지난 17일 열린 안보 좌담회에서 현재 양안 상태가 1995∼1996년 ‘미사일 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만 해병대 부대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대만 해병대 부대 방문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무력 침공 가능성이 과장됐다고 평가한 쪽이었는데 최근 들어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

중국은 대만의 첫 민선 총통 선거를 목전에 둔 1996년 3월 대만 남북부의 양대 항구인 가오슝(高雄)과 지룽(基隆) 앞바다를 겨냥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인민해방군은 이 시기를 전후해 육해공 3군 합동 훈련 등 15만 대병력을 동원한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도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대만 근해에 배치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고조됐다.

cha@yna.co.kr

부산 초량1지하차도 참사 50대 희생자 친동생 인터뷰
추석 앞두고 아픔 더 큰 가족들 “집안 경조사 형이 다 챙겨”
사고 이후 무너진 일상 되찾지 못해..불면증에 시달리기도
‘기소의견 송치’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향한 실망, 분노로 바뀌어
“자신 명성과 안위만 챙겨..생각 바꿀 때까지 계란으로 바위 칠 것”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구조대가 지하차도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구조대가 지하차도에 갇힌 시민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민 3명이 목숨을 잃었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명절이면 형님 집에 온 가족이 모여 왁자지껄 웃고 떠들던 게 꿈만 같습니다.”

해마다 다가오는 한가위 연휴를 저마다 이유로 손꼽아 기다리지만, 부산 초량1지하차도 참사 유족에게는 사랑하는 가족 없이 보내야 할 첫 명절이 그저 두렵기만 하다.

두 달 전 참사로 형 A(50대)씨를 잃은 남동생 B씨. 명절 준비를 도맡았던 형을 대신해 다가오는 추석에 쓸 음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디에서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렇게 벽에 부딪힐 때면 형이 어디선가 사람 좋은 표정을 하고 나타나 웃으며 도와줄 것만 같다.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B씨는 목이 메어 온다.

◇우애 남달랐던 형제…사고 나자 일상 ‘와르르’

“아버지 차례상도 항상 형님이 다 알아서 준비하고 그랬는데, 이제 없으니까 제가 대신 준비하는데 형 얼굴이 자꾸 생각나서 이번을 마지막으로 하고 사찰에 모시려고 합니다.”

B씨는 형을 떠올리며 말했다. “우리 형처럼 착한 사람 없었어요. 부유하진 않아도 매번 주위 사람들 잘 챙기고, 그러다 피해를 보고 속은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이번 추석 때도 있었으면 가족들한테 음식을 얼마나 챙겨줬을지…” 그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장성한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며 명절 때나 가끔 모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A씨 3남매는 어머니와 함께 네 가족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각자 살며 일상을 공유했다. 그랬기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각별했다. 특히 장남 A씨는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한 존재였다.

“여든을 앞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한데, 형님은 그런 어머니 집을 매일 찾아가 말벗을 해줬어요. 딸들에게 좋은 아버지였던 건 물론이고, 우리 가족이 친척이 많은 편인데 형은 경조사 같은 것들을 다 살뜰히 챙겼어요.”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에서 구조대가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사진=부산경찰청 제공)

B씨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저와 형은 주말마다 같이 조기축구를 다니면서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낙이었어요. 그랬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떠났으니 저나 가족이 느끼는 빈자리는 더 클 수밖에 없어요.”

가족에게 대들보와 같은 존재였던 A씨가 떠나자, 지극히 평범하고 평온했던 일상은 깨졌다. 어머니는 지금도 A씨가 눈앞에 있는 듯 혼잣말을 이어간다. A씨 자녀들은 혹시나 다른 가족들이 더 슬퍼할까 하는 마음에 방에서 혼자 슬픔을 삼키고 있다. 거의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는 B씨는 아파트 현관을 나설 때마다 형이 평소처럼 담배를 피우며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넬 것만 같아 바깥 외출도 자제하고 있다. A씨 가족에게 초량1지하차도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휴가 나온 딸 보러 오던 길에 사고 당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3일 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가용으로 귀가하던 A씨는 초량1지하차도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사고를 당해 끝내 가족 곁을 떠났다.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당시 내부 모습(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지난 7월 23일 폭우로 물에 잠긴 부산 동구 초량제1지하차도 당시 내부 모습(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생전 A씨는 조만간 새로 시작할 펜션 사업에 온 힘을 쏟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고민이 깊었다. 그날도 부산 동구 모처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사업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평소대로라면 지인들을 직접 집까지 바래다주고 왔을 테지만, 그날은 A씨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둘째 조카(A씨 딸)가 휴가를 나온 날이었어요. 조카가 공군 부사관인데, 부산이 아닌 멀리 충주에 있다 보니 아무래도 자주 얼굴을 보기 힘들었지요.”

B씨는 조심스레 말했다. “보통 형은 지인들 데려다주고 큰길(중앙대로)을 통해 영도로 들어오는데, 그날은 지인들도 지하철 타고 간다고 하고 아이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아마 좀 더 빠른 길인 지하차도로 간 것 같아요”

B씨는 말을 이어갔다. “사고 이후 뉴스만 보는 사람들은 지하차도에 물이 차는데 왜 거길 들어갔냐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그런데 그 지하차도 입구는 구조상 진입하기 전에는 밖에서 물이 찼는지 어떤지 잘 볼 수가 없어요. 폐쇄회로(CC)TV 화면이 찍힌 반대편 쪽 출입구는 경사가 없어 물이 차는 게 바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죠. 그날 사람들은 물이 찼는지 어떤지 모른 상태에서 별다른 통제도 없으니 진입을 한 겁니다.”

◇부산시 무관심 대응에 실망, 수사 결과 발표 뒤 분노

A씨는 3명의 희생자 중 가장 늦게 발견됐다. 설마 하던 가족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가족을 더 슬프게 하는 건 당국의 무관심한 대응이었다. 부산시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인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사고 다음 날 사고 현장을 찾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접 수행했지만, 장례를 치른 3일 동안 빈소에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 7월 30일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동생 B씨(사진 맨 왼쪽)가 부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이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사진=박진홍 기자)
지난 7월 30일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에서 동생 B씨(사진 맨 왼쪽)가 부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이 현장 정밀감식을 벌이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사진=박진홍 기자)

유가족들은 사고 나흘 만에 부산시청을 찾아 변 권한대행 면담을 요구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고, 뒤늦게 나타난 변 권한대행으로부터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어야 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변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사고 당일 재난 매뉴얼에 적힌 상황판단회의나 대책회의, 재난 현장 확인 없이 저녁 식사를 한 뒤 관사로 돌아갔고,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고도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변 권한대행에게 유족이 느낀 실망은 이제 분노로 바뀌었다.

“책임져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희생자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 받아가는 사람이 그 시간에 술을 마셔놓고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시장은 술 먹고 집에 가서 자고, 부하 공무원들은 하지도 않은 회의를 했다고 공문서까지 작성하고…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B씨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변 권한대행이) 수사 결과 나오고 나서 변호인 통해 바로 반박 입장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시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명성과 안위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희생자를 향한 사과는 매번 허공에 날리기만 하고, 우리에게 직접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습니다. 도대체 시장이 말하는 시민은 누굽니까?”

지난 14일 부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이 초량1지하차도 참사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 공무원 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사진=강민정 기자)
지난 14일 부산경찰청 수사전담팀이 초량1지하차도 참사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 공무원 8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사진=강민정 기자)

B씨는 20대 희생자 유족과 함께 부산시 등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게 서툴고 아픔도 가시지 않아 힘이 들지만, 확실히 책임을 물어 부산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사고가 또다시 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B씨는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변 권한대행이 태도를 바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길 바라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정말 가능성 없는 이야기지만, 변 권한대행이 정말로 시민에게 일어난 일이 자기 가족에게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이 일을 마주했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가슴이 아프겠구나, 위로가 절실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은 ‘내가 직접 안 죽였다’는 생각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이 바뀔 때까지 책임을 묻겠습니다. 주위에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말하지만, 저는 끝까지 바위 칠 겁니다.”

[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던 중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던 중 한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추석연휴를 하루 앞두고 김정숙 여사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는 재래시장을 방문, 약 30만원어치의 제수용품을 구입했다. 문 대통령은 시장을 다녀온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들이 자영업자들을 위해 지갑은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내외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10분 동안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인왕시장과 근처 청과물 시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곳은 문 대통령이 취임 전 홍은동 자택에서 지낼때 김 여사와 함께 자주 찾던 곳이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청과물 시장에서 상인들을 격려하고 과일을 구매한 뒤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했다. 문 대통령은 장바구니 카트를 직접 끌며 인왕시장 곳곳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점포에 들를 때마다 “요즘 경기가 어떠시냐”고 물으며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문 대통령은 손님이 줄고 가격이 올라 매출이 예년만 못하다는 상인들의 걱정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매출이 올랐다는 한 과일상점 상인의 얘기엔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만난 또 다른 상인은 “정부가 추석 명절 이동 자제를 권고하면서 선물 보내기를 권장한 덕분에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한 채소가게 사장은 “전세계가 어려우니 잘 이겨내겠다”고 말해 대통령 내외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많이 파세요”, “명절 잘 보내세요”라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곳곳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은 카트를 끄는 문 대통령을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29만9000원어치를 구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산한 올해 추석 4인기준 재래시장 차례상 비용은 25만1442원인데, 5만원 가까이 더 지출했다.

문 대통령 내외가 구입한 품목은 귤, 거봉, 사과, 밤, 쪽파, 새우, 민어, 쇠고기, 당근, 시금치, 떡, 마늘, 무 등으로 실제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이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폭우와 태풍 피해 탓에 사과도 배도 채소들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수확이 줄어 시름이 깊을 농민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년같지 않은 추석이지만 국민들께서 지갑은 닫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어려운 농축어민들과 상인, 자영업자들을 위해 소비생활은 위축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추석 명절을 앞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인왕시장을 찾아 장을 보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9.29. photo@newsis.com

문 대통령 내외는 장보기를 마친 뒤 인왕시장 내 한 식당에서 냉면으로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은 “보도진 없이 최소인원으로 비공개 방문해도 불편을 끼칠까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대통령에게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고마웠다”고 시장 상인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이번 인왕시장 방문은 인원을 최소화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제1부속비서관과 의전비서관 등 제한된 인원만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이동 자제를 당부한 만큼 청와대 관저에 머물 계획이다.정진우 기자 econph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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